블로그를 시작하며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니..

살아온 시간 속에서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짧은 기록을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문득, 이 기록들을 어디에 담아야 할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기억들은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즐겁거나 슬프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순간들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며 공감하고 의견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블로그를 시작해봅니다.

이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잊혀질 뻔한 순간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려 합니다.

프롤로그: 25년, 혹한 속에서 피어난 희망

25년이 지난 지금, 도서관 창밖을 바라봅니다. 눈이 모든 것을 덮어버린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지나는 길은 깨끗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창밖을 스치는 풍경은 편안한 느낌이며, 보는 내내 과거의 굴곡진 시간들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캐나다의 나무들은 이 혹한의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단련되어온 듯합니다. 나무들은 여전히 선명한 파란빛을 드러내며, 그 강인한 생명력을 과시합니다. 아직까지 겨울의 찬 기운은 계속되고 있지만, 저는 이 겨울도 조만간 끝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혹독한 겨울이 끝나가듯, 제 인생 역시 수많은 굴곡을 지나 결국 봄을 맞이할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긴 세월 동안 겪었던 수많은 도전과 아픔, 그리고 그 속에서 쌓인 값진 경험들은 언젠가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새로운 시작의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마지막 짐을 정리하는 날.

캐나다로 떠나기 위한 이민을 앞둔 어느 날, 마지막 짐을 정리하던 중이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정신없이 짐을 싸고 있었고, 해야 할 일들이 많았지만, 틈틈이 아이들이 주위에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도 저의 머릿속은 이삿짐과 해야 할 일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큰아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불과 한 살 반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사라진 것입니다. 분명히 쌍둥이가 함께 있었는데, 한순간에 보이지 않게 된 것이었습니다. 놀란 마음에 아내는 아파트 앞으로, 저는 아파트 뒤쪽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그때 멀리서 계속 뛰듯이 걸어가는 큰아이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미친 듯이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고, 단숨에 따라잡아 아이를 품에 안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저를 보며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저는 이 이민 준비를 너무 완벽하게 하려 했고, 너무 많은 것들을 책임지려 했습니다. 하지만 제 아이는 지금 이 순간을 그저 즐기고 있었습니다. 저는 숨을 돌리며 아이를 안고 돌아왔고, 가족들은 안도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 순간이 힘들기는 하지만 아이의 큰 웃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즐기기라도 하면서 추억을 만들 수도 있을 텐데."

열심히 준비하며 살아왔지요. 지금도 변함없이 열심히 살고 있지만 달라진게 하나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목표가 분명했어요. 뭔가를 하기위해서 목표를 정하면 그 목표를 향해서만 나아갔습니다. 저는 목표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성격이었습니다. 원하는 가치를 얻기까지 여러 방법을 찾아보며 앞으로만 나아갔습니다.

아이의 웃음

그런데... 그 목표는 어쩌면 저만의 목표였을까요? 모든 가족이 원했던 목표라고 생각하며 달려왔지만... 나만 뛰고 있던 거였지요. 아이는 1살 반이라 이민을 목표로 가지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고, 아이는 그저 아빠와 술래잡기를 하는 게 좋았던가 봅니다.

그때 아이의 얼굴에는 맑고 순수한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두 눈은 반짝이고 있었고, 작고 통통한 볼은 바람에 살짝 붉어져 있었습니다. 저를 보며 아무 걱정 없이 환하게 웃는 아이를 보니, 제 마음은 순간 멈춘 듯했습니다. 어쩌면 이 아이는 그저 나와 함께 뛰어놀고 싶었을 뿐인데, 저는 너무 먼 곳만 바라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아이의 웃음에서 "잠시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기"를 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내가 계속 달려가기만 할 게 아니라 가족들도 같이 따라올 수 있도록 쉬어가면서, 멈춰가면서.. 호흡을 맞춰가면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저는 앞으로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는 삶을 살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날 있었던 작은 기억의 조각으로 인해... 25년이 흐른 지금에야 다시 멈추고 그때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그때 이후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또 금세 잊어버렸군요. 저는 앞으로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는 삶을 살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날 아이의 웃음에서 "잠시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기" 를 해야 한다는걸 알았습니다. 내가 계속 달려가기만 할게 아니라 가족들도 같이 따라올 수 있도록 쉬어가면서, 멈춰가면서.. 호흡을 맞춰가면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날 있었던 작은 기억의 조각으로 인해... 25년이 흐른 지금에야 다시 멈추고 그 때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그때 이후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또 금새 잊어버렸군요. 저는 앞으로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는 삶을 살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에필로그: 기억을 공유하며

그리고 25년이 지난 오늘, 저는 이 기억을 블로그에 기록합니다. 이제는 그날의 순간을 함께 떠올릴 가족이 곁에 남아 있지 않기에, 이곳에서라도 짧은 기억을 공유하려 합니다.

저를 이해해 주고, 제 삶의 조각들을 함께 나누어 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소중했던 단편적인 순간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글로 남기고자 합니다.

이 블로그를 통해, 지나간 날들이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를 바라며, 저의 이야기를 시작해봅니다


처음다음

댓글 쓰기